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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글/기록장

내가 사람들에 대한 기대가 없는 이유

by 큐라온 2025.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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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기 전에..

 

이 글은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으니, 너무 과몰입하거나 진지하게 보지 말아 주세요.


 

 

내가 어릴 땐 사람들에 대한 기대가 많았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고, 나도 그 사람들에게 잘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으니까, 그 사람들도 나에게 잘 해주길 바랬다. (한마디로 그 당시엔 보상심리도 컸었지.) 그 당시엔 사람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내가 이것저것 막 퍼주는 시기었다.

상대방이 나에게 조금만 잘해줘도, 이 사람은 정말 나를 소중히 생각하는구나 싶어서 혼자 감동하고, 쉽게 정을 주다 보니, 시간이 흘러 그 사람과의 관계가 점차 멀어지거나 깨지게 되면, 그 기대가 금이 가는 건 순식간이고, 배신감도 크게 느꼈다. 나만 진심이였지.. 하고 말이다. (아.. 이때는 정말 왜 그랬을까?)

근데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알게 되었다. 내가 사람에게 바라는 만큼, 그 사람도 나한테 똑같이 바라는 건 아니라는 거. 그니까 내가 남에게 잘해준다고 해서 나에게 똑같이 돌아올 거란 기대는 안 하는 게 좋다. 한마디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마음의 거리라는 건 생각보다 가깝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적당한 거리 유지가 필요하다.

"우리라면 정말 소중한 사이니까 이 정도는 해줄 줄 알았는데.." 이 말은 내가 과거에 자주 생각했던 말이다.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까, 저 사람도 최소한 이 정도는 해주겠지? 결과는 기대와 다르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내 기준으로만 생각했던 게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내가 상대방에게 생일 선물을 챙겨줬다고 치자. 그러면 나도 기대하게 되잖아 그치? 그래서 내 생일 때 그 사람도 뭔가 챙겨주지 않을까? 싶잖아. 근데 안 온다. 심지어 연락도 없다.

 

 

이때부터 뭔가 쌔한거지. “어라..? 내가 뭘 잘못했나?” “혹시 까먹었나? 그냥 바쁜가..?” 이렇게 혼자 추측을 하게 되고, 며칠 후에 하도 연락이 안 오니까 내가 이날 생일이었다고 말하면 "‘아 미안ㅠ 그날 너무 바빠서 깜빡했어" 라는 메시지 한 줄. 그냥 이 한마디가 끝이다. 나만 멍하니 폰 들고 아.. 믿었던 내 잘못이지 하면서 조용히 기대를 내려놓는다.

먼저 연락하면 내가 지는 거야 이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처음 들었을 땐, 이 말이 되게 쿨한 척하는 것 같고 밀당하는 건가? 싶었는데, 사실 난 저런 걸로 자존심 부리는 것 자체가 한심하다고 생각해서 먼저 연락했으면 연락했지, 내가 저렇게 기싸움을 하지는 않았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말을 둘러대지 말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좋겠더라. (내가 직설적이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툭 까놓고 말하자면, 사실 연락이 끊긴 이유는 나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거야.

쉽게 말하면, 정말 바빠서 못하는 거면, 추후에 시간이 흐르더라도 꼭 연락이 오거든. 근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연락이 안 오는 사람은 그냥, 그 사람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거야. 어릴 땐 연락 안 오면 내가 싫어진 건가, 내가 뭘 잘못했나? 하며 자책했는데, 이제는 오랫동안 연락이 안 오면 그냥 그 사람이 나한테 이제 관심이 없구나. 이렇게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물론 속은 좀 쓰리긴 하겠지만 뭐 어쩔 수 있나?)

 

 

뭐.. 방금은 내가 생일로 예시를 들었는데, 한때 나는 상대방에게 카톡 읽씹도 자주 겪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겪었을 때는 왜 내 카톡을 씹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어처구니 없이 대화가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내가 귀찮냐고 묻기도 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실수로 카톡을 넘겼다느니, 바빠서 못 봤다고 들었다. 그러면서 그 이후에도 내 메시지를 읽고 씹더라.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내가 먼저 연락하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고, 지금은 웬만하면 내가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없다. 워낙 오래전부터 읽씹을 자주 겪다 보니, 이게 사람이 냉정하게 바뀌더라. 예전에는 '내가 읽씹을 당했으면 당했지, 내가 읽씹하지는 않는다' 였지만, 지금은 그냥 별생각이 없다. 그냥 관심 없거나 할 말이 없으면 나도 이제는 그냥 무시하고 넘어간다. 심지어 생일 축하마저 하지 않는다. (물론 서로 생일을 챙겨주는 사람이면 여전히 축하해 주고 덕담을 나눈다.)

 

여담으로 22년 2월에 읽씹 VS 안 읽씹 이라는 네이버블로그에 글을 올렸었다. 이것도 내가 이제까지 읽씹.. 그러니까 읽씹믈리에로서 이제까지 읽씹을 겪었던 내용과, 이에 따른 내 생각을 바탕으로 글을 썼었다. 내가 한때 메이플 글을 썼을 때 내 블로그의 조회수 상위권은 항상 메이플에 관련된 글들이 차지했는데 지금은..

 

이제는 읽씹 vs 안 읽씹이 메이플 글을 제치고, 1위로 꾸준히 유지 중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조회수 순위는 항상 1위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 뿐만 아니라 읽씹을 겪으시는 것 같다. 읽씹을 안 겪으셨으면 이 글을 보실 리가 없잖아.. (유입 경로 보면 어떤 키워드로 검색해서 들어오셨는지 나는 알 수 있다.)

 

 

암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앞으로 난 기대를 안 한다. 이미 기대하지 않은지 어느새 4년이 흘렀다. 사실 그게 편하다. 뭐.. 그러든지 말든지 알빠 아니잖아. 기대하면 실망이 따라오고, 나도 모르게 상처를 받는다. 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감정 소모로 이어지니까.. 감정 소모만큼 정말 쓸데없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내가 실망하여 상처를 받았다 하더라도, 상대방은 그런 거 모른 채 잘만 지낸다. 그러니까 나에겐 감정 소모를 해봤자 아무런 득이 없고 실만 있을 뿐이다. 그럼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너는 사람을 잘 안 믿나 봐?” 그럼 역으로 물어보자. 네가 나와 같은 일을 겪었다면 너는 사람을 믿겠니? 그렇게 뒤통수를 맞고 남에게 무시당하면 사람에 대한 믿음이 남아날까 싶은데.

 

 

물론 공적으로는 언제나 환영이다. 내가 입담이 좋고, 남의 말을 존중하며 잘 들어주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떤 말을 좋아하는지 조금이나마 대화를 해봄으로써 금방 분석은 끝난다. 이래서 사람들과 자주 대화하고, 뒤통수를 많이 맞아본 사람들이 사람 상대하는 것을 잘한다. 서비스업을 오래 한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사람 상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마다하지 않고 하기 때문에 공적으로는 얼마든지 오픈 마인드로 대하지만, 사적으로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해야지)

그래서 결론은 사람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사람에 대해 실망할 일이 없다. (해봐야 쪼금?) 그러다 보니 감정 소모할 일도 없기 때문에, 정신건강에 매우 좋다. 멘탈 깨질 일이 없다는 거지. 그렇다고 내가 사람을 싫어하는 건 절대 아니다. 나도 여전히 사람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도 있고,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쓰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영원한 건 절대 없듯이, 나와 현재 잘 지내는 사람도 언젠간 떠나갈 사람일 수 있으니 함부로 사람을 믿지 않게 된다. 아무리 그 사람과 평생 간다 하더라도 어차피 수명이 다하여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과의 인연도 끝이다. (저승이나 환생해서 보는 건 확실치 않으니까) 그래서 남보다 내가 우선시가 되었으며 사실 나 하나 케어하기에도 바쁘다.

 

 

내 우선순위에 다른 사람들을 빼니까 느끼는 건데 오롯이 자기개발에 집중할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거, 내가 해야 할 일을 끊임없이 수행할 수 있어서 좋았다. 최소한 계획이 차질이 있다 하더라도 사람에 대한 감정 때문에 차질이 생기진 않는다는 것이다. 가끔 사람 만나고 싶으면 만나면 되는 거고, 또 여러 현장을 가보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잠시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게 되면 나도 편하고, 상대방도 편할 것이다.

뭐.. 이 글에서 가벼운 관계보다 나를 이해해주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냐고 물어볼 수 있다. 그건 그런 사람이 나에게 왔을 때의 일이고, 아직 오지 않았다면 여러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는게 정말 중요하겠지. 그렇다고 한명 한명 깊이 만나게 되면 나만 피곤하다? 오해를 하면 안되는게, 사람에 대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건 여전하다. 하지만 모든 걸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며 기대하지 않을 뿐이다.

얼마나 냉정했으면 최근에 친구들이 나에게 하는 말이 얼음인간이냐고 하는데? ㅋㅋ 뭐.. 당분간은 이 별명으로 불리는 거 괜찮은데? 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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